知的財産権法/著作権法

AI 커버곡은 '저작인접권' 침해인가?

dazero 2024. 3. 28. 16:58

 
저번 주 문산법 수업시간 말미에 교수님께서 '밤양갱'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록스터니 냅스터니 소리바다니... 수업 내내 예전 판례만 보다가 
밤양갱 이야기가 나오니 수강생 전원 집중 시작
 
최근 학부생들이 AI 커버곡의 저작권법적 쟁점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관련 내용을 간단히 추려서 말씀해 주셨는데,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교수님께서 수업을 마치신 후에
갑자기 '요즘 블로그에 몇 명이나 들어오냐'고 여쭤보셨다.
교수님께서 블로그 얘기를 꺼내신 것도 굉장히 오랜만인데
텔레파시가 통한 것 같다(어쩌면 이 사제지간엔 과학적으로 설명 불가한 무언가 있을 지도 ㅋㅋ)
교수님 보고 계신가요?! +_+
 


 
각설하고 오늘의 주제는

AI 커버곡, 즉 인공지능 성우의 목소리를 삽입하여 제작된 커버곡이
저작권법상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 이다.

 


우선 저작인접권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자.

저작인접권이란 '저작권에 이웃하는 권리'로
저작물의 창작자가 아닌, 저작물을 공중에게 전달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3장 제64조 내지 제90조에서 저작인접권에 관한 규정을 다루고 있는데,
실연자의 권리, 음반제작자의 권리, 방송사업자의 권리로 나뉘며
각자의 권리 범위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면에서 다루어야 할 것은 당연히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이다.
우선 실연자란 "저작물을 연기•무용•연주•가창•구연•낭독 그 밖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저작물이 아닌 것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실연을 하는 자를 말하며, 실연을 지휘, 연출 또는 감독하는 자를 포함한다"고 현행 저작권법 제2조 제4호에 정의되어 있다.
단순히 말하면 가수나 배우와 같은 직종이 실연자에 속하는 것이다.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은
성명표시권 / 동일성유지권 / 복제권 / 배포권 / 대여권 / 공연권 / 방송권 / 전송권 그리고 보상청구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앞의 두 권리는 인격권, 나머지는 재산권적 성격을 띤다.
 
 


 
오늘 주제에 대한 쟁점은 두 갈래로 나뉜다.
 
AI 커버곡은

1. 원곡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을 침해하는 게 아닐까?
2. AI 커버곡의 목소리 당사자의 권리는 무엇인가?

 
 
 


 
먼저 1. 원곡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에 관해서
걸고 넘어져볼 만한 것은 동일성유지권과 복제권, 전송권 정도일 텐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침해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은 '실연자가 실제로 행한 실연 그 자체'만 보호하기 때문에
그 실연과 유사한 실연(모창 등)의 이용에는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이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원저작물인 음악저작물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 중 복제권과 전송권 등이 문제될 수 있고
이런 경우 공정이용조항으로 항변해 볼 여지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
 
커버곡에서 가사나, 멜로디 등에 일정한 창작적 변형을 가하는 경우에는
2차적저작물작성권의 굴레로도 빠지게 된다.
 

또한 실연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의 타목 (퍼블리시티)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목소리'는 틀림 없는 인격권으로서의 보호요소이기 때문이다.
민법이 개정된다면 민법상의 인격권 또한...
다만 인격권은 성명권 침해나 명예권 침해 즉 명예훼손 등이 인정되어야 할 테고
부경법 타목은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해야 한다는 위법성 요건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 사안에 따라 적용 여부가 갈리는 문제이다.
 
 


 
 
2. AI 커버곡의 목소리 당사자의 권리
 
우선 AI가 실연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목소리의 실제 당사자도 실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AI 커버곡은 생성형 AI를 딥러닝 시켜 
음성합성 기능을 통해 특정 인물의 목소리와 유사한 음성을 원 음원에 덧대어 출력하게 하는 것이지,
그 특정 인물의 실제 목소리로 가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로 저작인접권의 '인'자도 꺼낼 수 없다.
 
이 경우는 전술한 일반적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만이 논해질 수 있는 문제이다.
아울러 1번 주제의 사례보다는 인격권/퍼블리시티권 침해의 발생 범위가 더 다양하고 포괄적이지 않을까 한다.
 
AI가 따라한 특정 인물의 인격권이 구체적으로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던가,
AI 커버곡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경우 그 특정 인물의 퍼블리시티권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주의하여야 할 점은
AI가 따라한 특정 인물의 일반적 인격권에는 '성명권'이 포함되어 있을 터인데
이 '성명권'은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상의 '성명표시권'과는 전혀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실연자의 성명표시권은 실연자가 그의 실연 또는 실연의 복제물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이다(저작권법 제66조 제1항).
하지만 앞서 설명하였듯이 AI 커버곡상 목소리의 실제 주인은 AI 커버곡의 실연자에 해당하지 않아
AI 커버곡은 실연의 복제물도 아니기 때문에 저작인접권이 미치지 않는다.
 
 


 
 
결론에 갈음하여...
 

AI 생성물 관련 문제는 여러모로 골치가 아픈 듯하다.
 
저작권적 쟁점에 있어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ISP)들은
자체 저작권 정책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관리가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외의 사각지대나 수익화 수단의 다양화 등을 고려해 봤을 때 글쎄다...
 
일단 현재 선두로 연구되어야 할 AI와 저작권에 관한 법적 쟁점은 
AI의 데이터 학습 단계, TDM 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인공지능의 법인격 자체가 부정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의논해야 할 것들이 많고,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저작권뿐만 아니라 저작인접권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
지면에서 다룬 두 가지 주제는 겉보기엔 별 게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잘 생각해 보면 장래에 실연자들, 더 나아가 저작권자들의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우려되는 사안이다.
 
특히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실연자가 방송 사업자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상업용 음반의 방송사용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인정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
음악 산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기술적 실업'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라는 점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도 마땅한 대응책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기술의 발달로 상업용 음반을 방송에서 사용하게 되어
'라이브' 실연을 하기 어려워진 실연자들의 대거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연자•음반제작자 및 방송사업자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로마협약)'에서
상업용 음반의 방송사용에 대한 보상청구권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인데,
 
오늘날에도 성우들은 AI 음성합성 기술로 인해 실업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기업들은 실연자(성우)에게 AI의 음성합성기능 TDM 과정에 활용될
학습용 음성데이터를 제공하게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중 복제권 이용허락 계약인 것이다)
 
재산권에 대한 무기한 이용허락 및 인격권 불행사 특약 등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문제되고 있다.
물론 인격권은 일신전속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무효로 해석되는 등
현행법 해석에 의하여 실연자의 권리를 전혀 보호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디까지나 미화된 법문상의 이야기일 뿐, 산업 관행을 감안하면 성우들은 머지않아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석사과정 첫 학기 당시 전공수업을 함께 수강하신 선생님의 논문에 나와있다.
[조병한, "인공지능 음성합성 시스템의 학습용 데이터에 대한 실연자의 권리", 미디어와 인격권 제8권 제2호, 언론중재위원회, 2022.].
 
https://www.lawtimes.co.kr/opinion/197070

 

(65) ‘밤양갱’ AI ‘커버’ 음원과 식물 신품종 밤나무가 상징하는 것

  밤나무 신품종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상징이지만, AI ‘커버 버전’의 ‘밤양갱’ 음원은 실연자들의 삶 자체를 위협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밤양갱은 밤을 넣어 만든 양갱의 한 종

www.lawtimes.co.kr

 
또한 교수님께서도 동일한 주제의 칼럼을 집필하셨다...!
(이쯤되면 확실히 텔레파시가 통하는 게 맞다)
 
상기의 두 문헌 모두 지면의 내용보다 훨씬 유익할 터이니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바이다.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기 바란다.
 
 
AI 창작물로 인해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도 많겠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어딘가 굉장히 섬찟하다...
그리고 필자는 실제로 AI 창작물에는 그다지 흥미가 가지 않는다.

최근에는 AI가 창작한 음악에 AI로 타인의 목소리를 입힌 창작물을 공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머지않아 저작권계를 포함한 문화산업계 전역에 디스토피아가 올 지도 모르겠다.